2008년 11월 17일
고종석>국어의 풍경들[6] 오른손은 '올바른' 손
`오른손'은 어원적으로 `옳은 손'이라는 뜻이고, `왼손'은 어원적으로 `그른 손'이라는 뜻이다. 관형사 `오른'은 `옳다' 는 뜻의 옛말 `올하(*아래아*)다' 의 관형형 `올한(*아래아*)'이 변한 것이고, `왼'은 `그르다'는 뜻의 옛말 `외다'의 관형형 `왼'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16세기 언어학자 최세진은 한자교습서 <훈몽자회>(1527년)에서 한자 是와 非를 `올할(*아래아*) 시' `욀 비'로 읽었고, 이 책이 나온 지 반세기쯤 지난 뒤 유명한 서예가 한석봉이 임금의 명령을 받아 엮은 한자교습서 <석봉 천자문>(1583년)에서는 한자 右와 左를 `올할(*아래아*) 우' `욀 좌'로 읽고 있다. 그러니까 한국어에서는 오른쪽, 왼쪽이 옳고 그름과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석봉 천자문>의 해당 부분을 현대어로 고치면 右는 `옳을 우'이고 左는 `그릇될 좌'다. `바르다'의 관형형에서 온 관형사 `바른'이 `오른'의 동의어로 쓰이고 있는 데서도 이런 사정이 드러난다. `바른손' `바른쪽' `바른편'은 `오른손' `오른쪽' `오른편'의 동의어다. 오른손은 옳은 손이자, 곧고 올바른 손인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왼손잡이로 만들지 않으려고 애쓰는 데는, 오른쪽이 바른쪽이자 옳은 쪽이라는 생각도 한 몫을 하고 있는 듯하다.
신기한 것은, 오른쪽과 왼쪽을 옳고 그름에 대응시키는 관념이 한국어에서만이 아니라 외국어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실상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언어들 대부분에는 이 언어 사용자들이 오른쪽을 `좋은 쪽'으로, 왼쪽을 `나쁜 쪽'으로 생각했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예컨대 프랑스어로는 오른쪽을 droit라고 하고 왼쪽을 gauche라고 하는데, droit의 일차적인 뜻은 `곧은, 바른, 옳은'이고, gauche는 `왼쪽'이라는 의미 외에 `서투른, 비뚤어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탈리아어에서는 오른쪽을 뜻하는 destro가 `능숙하다'는 뜻을 겸하고 있는 반면에, 왼쪽을 뜻하는 sinistro는 `불길하다'는 뜻을 겸하고 있다. 이탈리아어에서 오른쪽, 왼쪽이 지니고 있는 이 `능란함, 상서로움'과 `불길함'이라는 비유적 의미는 이 단어들을 낳은 고대 로마시기의 라틴어 dexter와 sinister가 이미 담고 있었던 의미다. 영어에서도 오른쪽을 뜻하는 right는 본디 `곧은, 올바른'의 뜻이고, 왼쪽을 뜻하는 left는 고대 영어에서 `약한'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정치적 용어로 사용되는 `좌익(左翼)' `우익(右翼)'은 한국어나 유럽어의 왼쪽, 오른쪽이 지니고 있는 이런 어원적(또는 비유적) 의미와는 무관하다. 다시 말해, 옳아서 우익이 된 것도 아니고, 글러서 좌익이 된 것도 아니다.
`좌익(左翼)'은 일차적으로 `왼쪽 날개'라는 뜻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급진적―혁신적 정파를 뜻한다. `오른쪽 날개'라는 뜻의 우익(右翼) 역시 정치적으로는 점진적―보수적 정파를 뜻한다. 이렇게 정치적 맥락에서 쓰이는 한국어 `좌익' `우익'은 같은 뜻의 영어 left wing, right wing을 번역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left wing, right wing을 일본 사람들이 먼저 `사요쿠(左翼)' `우요쿠(右翼)'라고 번역했고, 그 말들이 한자를 매개로 해 `좌익' `우익'의 형태로 한국어에 차용된 것이다.
영어에서 right wing, left wing이 정치적 우파와 좌파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프랑스어의 관행을 수입한 것이다. 프랑스어에서 `왼쪽'이 `진보주의자'를 의미하고 `오른쪽'이 `보수주의자'를 의미하게 된 것은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 이후다. 혁명기에 국민의회가 열렸을 때, 의장석에서 바라보아 오른쪽에 왕당파 의원들이 앉았고, 왼쪽에 혁명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앉았던 데서 이런 용법이 생긴 것이다.
좌익-좌파, 우익-우파
정치적 맥락에서 쓰이는 한국어 `좌익' `우익'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랑스어의 관행이 영어와 일본어를 거쳐 수입된 것이다. 프랑스어에서 `왼쪽'(gauche)이 급진적―혁신적 정파를 의미하고 `오른쪽'(droite)이 점진적―보수적 정파를 의미하게 된 것은 1789년의 대혁명 이후다. 물론 프랑스 혁명기의 좌익, 우익과 지금의 좌익, 우익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그 당시의 좌익 정파가 내세웠던 자유, 인권, 법적·정치적 평등 같은 가치들은 오늘날 우익 정파들도 대개 옹호하고 있다. 당시의 우익 정파가 지닌 세계관을 오늘날에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극우라고 부른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 진행된 역사가 좌익와 우익 사이의 경계를 왼쪽으로 많이 이동시킨 것이다. 그 점에서 1789년 혁명은 승리했다고 할 수 있다.
정치 용어로서의 좌익은 좌파라고도 하고, 우익은 우파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 말들의 쓰임새를 잘 들여다 보면 한국어에서 `좌익'과 `좌파', `우익'과 `우파'는 그 가치가 다르다. 첫 번째 차이는 `좌익'·`우익'이라는 말이 한 사회의 정치 지형 전체를 놓고 급진적―혁신적 정파나 점진적―보수적 정파를 가리키는 데 견주어, `좌파'·`우파'는 어떤 정파나 단체 내부에서 급진적―혁신적이거나 점진적―보수적인 갈래를 가리킬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좌익 정당이 없으므로 프랑스의 정당을 예로 들어보자. 물론 예로 들 정당들이 프랑스의 정당일 뿐 내가 여기서 말하고 있는 것은 한국어 `좌익'/`우익'과 `좌파'/`우파'에 대해서다. 조스팽 총리가 소속된 사회당이나 그 우당인 공산당·녹색당 등은 좌익 정당이고, 시라크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국 연합이나 그 우당인 프랑스 민주동맹은 우익 정당이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 민주동맹은 여러 개의 우익 정당들이 느슨하게 결합한 우익 정당 연합체다. 한편, 사회당 내에서 예컨대 앙리 에마뉘엘리로 대표되는 급진적 갈래는 사회당 `좌파'이고, 미셸 로카르로 대표되는 점진적 갈래는 사회당 `우파'다. 이러한 구별이 늘상 또렷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회당이나 공산당, 녹색당을 좌파 정당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공화국 연합이나 프랑스 민주동맹을 우파 정당이라고 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회당의 급진적 갈래를 사회당 `좌익'이라고 한다거나, 사회당의 점진적 갈래를 사회당 `우익'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좌익'과 `좌파', `우익'과 `우파'의 두 번째 차이는―이 차이가 훨씬 더 섬세하고 흥미로운데―, `좌익'·`우익'이 `좌파'·`우파'와 개념적 동의어로 쓰였을 경우, `좌파'·`우파'가 중립적 어휘이거나 가르랑말인 데 견주어, `좌익'·우익'은 으르렁말이라는 점이다. 우리말의 `좌익'·`우익'과 `좌파'·`우파' 가 환기하는 이미지, 즉 함축적 의미는 서로 다르다. `좌익'이라는 말에는 대체로 해방기의 남로당이나 그 이후 북한의 조선 로동당 노선이 보여주는 극히 과격한 스탈린주의의 이미지가 배어 있다. 그리고 `우익'이라는 말에도 서북청년단이나 박정희나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광신적 반공주의의 이미지가 배어 있다. 한편 `좌파'라는 말에는 뭔가 온건하고 합리적이고 지적인 이미지가 있다. `우파'라는 말에도 그렇다.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는 말이 통할 것 같은데 `좌익'과 `우익' 사이에선 통화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좌익 인사들은 대체로 자신을 `좌익'이라고 부르지 않고 `좌파'라고 부른다. 반면에 그 `좌파'는 자신과 이념적 대칭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우파'라고 부르지 않고 `우익'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우익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을 `우익'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우파'라고 부르기를 더 즐기며, 자신의 이념적 적대자들을 `좌파'라고 부르기보다는 `좌익'이라고 부르기를 더 즐긴다. `좌익'이나 `우익'이 으르렁말이 된 것은 해방기나 6.25를 전후하여 우리 사회에 이념 대결이 최고로 긴장돼 있었을 때 이 말들이 사용됐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좌익'의 동의어로서 `좌파'와 `우익'의 동의어로서 `우파'는 그런 그르렁말의 연상을 완화하기 위해 그 이후에 채용된 말들일 것이다. `좌익'과 `좌파', `우익'과 `우파' 사이에 개념적 의미의 차이는 없다. 그러나 그 말들이 연상시키는 것, 즉 그 말들의 함축적 의미는 다르다. 그 함축적 의미의 미세한 차이에 편승하고 반응하며, 우리들은 말들의 전쟁을 벌인다. 정치적 언설이나 광고 카피를 포함한 말들의 전쟁은 결국 이런 연상공학에 의해 수행된다.
매파&비둘기파
매파는 대외 강경론자 또는 주전파를 뜻하며 1798년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처음으로 사용한 말인데, 베트남전쟁이 교착화하면서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베트남전쟁의 확대·강화를 주장한 미국내 보수강경파를 지칭한 말. 자기의 이념,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상대방과 타협하지 않고 강경히 사태에 대처하려는 사람, 특히 외교정책 등에서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와 반대로 전쟁을 더이상 확대시키지 않고 한정된 범위 안에서 해결할 것을 주장하는 주화파를 비둘기파라고 한다.
# by 우량아 | 2008/11/17 10:38 | 트랙백 | 덧글(0)






























